블로그를 시작하며
2026블로그를 만들기로 결심한 건 꽤 오래전 일이다. 트위터에 쓰기엔 길고, 노션에 묻어두기엔 아까운 생각들이 계속 쌓여갔다. 어딘가에 정리해두지 않으면 같은 고민을 몇 달 뒤에 처음부터 다시 하게 된다는 걸 여러 번 경험하고 나서야, 결국 내 글을 둘 자리가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물론 세상에는 이미 훌륭한 블로그 플랫폼이 많다. 하지만 남이 만든 틀 안에서 글을 쓰는 것과 내가 직접 만든 공간에서 글을 쓰는 것은 마음가짐부터 다르다. 글자 크기 하나, 줄 간격 하나까지 내가 정한 곳이라면 글을 쓰는 일 자체가 조금 더 즐거워질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가장 먼저 한 일은 기능을 줄이는 것이었다. 댓글도, 조회수도, 태그도, 검색도 없다. 목록이 있고 글이 있다. 그게 전부다. 무언가를 추가하고 싶어질 때마다 스스로에게 물었다. 이게 정말 글을 읽는 데 도움이 되는가? 대부분의 답은 아니오였다.
타이포그래피에 대해서도 오래 고민했다. 화면 위의 글은 종이 위의 글과 다르게 읽힌다. 픽셀 단위의 렌더링, 화면 밝기, 스크롤이라는 행위까지, 웹에서 글을 읽는 경험은 생각보다 많은 변수의 합이다. 본문 폭을 한 줄에 적당한 글자 수로 제한한 것도 그 고민의 결과다.
폰트는 Paperlogy를 골랐다. 기하학적인 뼈대를 가지면서도 한글의 균형을 잃지 않는 서체다. 아홉 개의 굵기를 모두 얹어두긴 했지만, 실제로 쓰는 건 두세 가지뿐이다. 선택지가 많다는 것과 많이 쓴다는 것은 다른 문제다.
기술 스택 이야기를 조금 하자면, 이 블로그는 Next.js로 만들어졌다. 정적으로 생성된 페이지는 빠르고, 배포는 단순하다. 사실 이 정도 규모의 사이트에 프레임워크가 필요한가 싶기도 하지만, 익숙한 도구로 빠르게 만드는 것도 하나의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글을 쓰는 주기에 대해서는 스스로에게 어떤 약속도 하지 않기로 했다. 매주 한 편씩 쓰겠다는 다짐은 대개 세 번째 주쯤에 부채감으로 변한다. 쓰고 싶을 때 쓰고, 쓸 게 없으면 쓰지 않는다. 블로그는 마감이 있는 지면이 아니라 내 작업실에 가깝다.
다만 한 가지 원칙은 세웠다. 완벽하지 않아도 일단 올린다는 것. 초고를 묵혀두고 다듬기만 하다가 결국 발행하지 못한 글이 수십 편이다. 공개된 글은 나중에라도 고칠 수 있지만, 서랍 속의 글은 아무에게도 닿지 못한다.
누가 읽을지는 모르겠다. 어쩌면 아무도 읽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글쓰기의 첫 번째 독자는 언제나 나 자신이다. 반년 뒤의 내가 지금의 고민을 다시 들춰볼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이 공간은 제 몫을 하는 셈이다.
그러니 이 글은 일종의 개관 선언인 셈이다. 대단한 포부는 없다. 그저 꾸준히, 오래, 여기에 글이 쌓이기를 바랄 뿐이다. 다음 글에서는 이 블로그를 만들면서 내린 기술적인 결정들을 조금 더 자세히 풀어볼 생각이다.